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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왜 합법인가 — 수정헌법 제1조와 청원권

2026-07-19

로비는 예외가 아니라 원칙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로비"는 은밀한 뒷거래를 연상시키는 부정적 단어로 쓰인다. 그러나 미국에서 로비는 원칙적으로 합법이며, 심지어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권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국 정치 뉴스에 등장하는 로비 지출 액수나 로비스트의 활동을 오해하기 쉽다.

수정헌법 제1조의 "청원권"

미국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는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와 함께 다음 권리를 명시한다.

정부에 불만 사항의 시정을 청원할 국민의 권리(the right of the people...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

이 "청원권(Petition Clause)"이 로비의 헌법적 근거다.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에 자신의 이해관계나 정책 의견을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로비스트가 의원실을 방문해 특정 법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보면 시민이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행위의 연장선에 있다.

판례가 확립한 원칙

연방대법원은 여러 판결을 통해 이익집단의 정치적 로비 활동이 헌법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임을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다. 특히 이스턴 레일로드 프레지던츠 컨퍼런스 대 노어 모터 프레이트(Eastern Railroad Presidents Conference v. Noerr Motor Freight, 1961) 판결은, 기업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경쟁사에 불리한 법안 통과를 로비하더라도 이는 반독점법 위반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청원 활동이라고 판시했다. 이 원칙은 이후 "노어-페닝턴 원칙(Noerr-Pennington Doctrine)"으로 불리며, 로비 활동이 폭넓게 법적 보호를 받는 근거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왜 "규제"가 필요한가

로비 자체가 보호받는 권리라면, 국가가 이를 규제하는 것은 모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접근 방식은 로비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위해, 얼마를 쓰며 로비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그 표현이 공공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유권자가 감시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접근의 제도적 결과물이 다음 글에서 다룰 「로비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이다.

한국 제도와의 근본적 차이

한국은 2024년까지도 별도의 로비 합법화·등록 제도가 없었고, 로비에 가까운 행위는 종종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나 변호사법 등 다른 법의 규제 대상으로 다뤄져 왔다. 반면 미국은 "로비를 금지하는 대신 공개시킨다"는 정반대의 철학을 취한다. 이 철학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미국 로비 제도 전체를 읽는 출발점이다.

다음 글 예고

다음 글에서는 이 청원권을 실제로 어떻게 제도화했는지, 즉 1995년 제정된 「로비공개법(LDA)」의 구조와 2007년 개정(HLOGA)의 내용을 다룬다.


작성 원칙: 판례·법령 정보는 연방대법원 판결문 및 의회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개정 시 즉시 갱신합니다.

다음 글로비공개법(LDA)의 구조 — 1995년 제정과 2007년 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