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AJPS 2026 — 로비 접근의 가치와 정보 비대칭DATA· 2025년 4분기 업종별 로비 지출 갱신REVIEW· Interest Groups & Advocacy 신규호 스캔 완료UPDATE· AJPS 2026 — 로비 접근의 가치와 정보 비대칭DATA· 2025년 4분기 업종별 로비 지출 갱신REVIEW· Interest Groups & Advocacy 신규호 스캔 완료
← 목차로 돌아가기케이스 스터디

128만 달러 vs 224.5만 달러, 쿠팡 로비 비용의 숫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2026-07-27

— 숫자가 틀려도 논쟁이 가능한 나라, 숫자 자체가 없는 나라

하나의 공시, 두 개의 헤드라인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로비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쿠팡Inc의 2026년 2분기 로비활동보고서가 게시되자 국내 언론이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기사마다 숫자가 달랐다. 중앙일보는 "128만 달러"를, 한국일보는 "224만 5,000달러"를 제목에 올렸다. 같은 날, 같은 공시를 보고 쓴 기사인데 금액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리고 어느 쪽이 맞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미국의 로비 공개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로비는 '신고하고 하는 것'이다

한국어에서 '로비'는 뒷돈, 청탁 같은 부정적 뉘앙스로 읽히지만, 미국에서 로비는 헌법(수정헌법 제1조의 청원권)에 뿌리를 둔 합법 활동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 1995년 제정된 로비공개법(LDA)에 따라, 연방정부나 의회를 상대로 로비하는 기업·단체·로비회사는 분기마다 활동 내역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누구를 상대로, 어떤 법안에 대해, 어떤 로비스트를 통해, 얼마를 썼는지가 신고서(LD-2)에 담긴다.

신고 주체는 두 종류다. 기업이 사내 대관 인력으로 직접 로비하면 그 기업이 스스로 신고하고, 외부 로비회사를 고용하면 그 로비회사가 별도로 자신이 받은 수임료를 신고한다. 쿠팡의 2분기 공시도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뉜다. 쿠팡Inc 본사가 낸 신고서의 지출액이 128만 달러이고, 쿠팡이 고용한 외부 로비회사 6곳 — 밀러 스트래티지스(30만 달러), 밸러드 파트너스(25만 달러), 콘티넨탈 스트래티지(13만 5,000달러), 크로스로즈 스트래티지스(12만 달러), 윌리엄스 앤 젠슨(10만 달러) 등 — 이 각자 낸 신고서의 수임료 합계가 96만 5,000달러다. 한국일보의 224만 5,000달러는 이 둘을 더한 숫자다.

아래는 이 6개 로비회사가 실제로 제출한 LD-2 신고서 원문이다. 1번 "Registrant Name"(등록자=로비회사), 7번 "Client Name"(고객=Coupang), 그리고 수임료(Income) 항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Williams and Jensen, PLLC가 제출한 LD-2 신고서 — 고객 Coupang, Inc., 수임료 $100,000 Williams and Jensen, PLLC — 수임료 $100,000

Monument Advocacy가 제출한 LD-2 신고서 — 고객 Coupang, 수임료 $60,000 Monument Advocacy — 수임료 $60,000

Miller Strategies, LLC가 제출한 LD-2 신고서 — 고객 Coupang, Inc., 수임료 $300,000 Miller Strategies, LLC — 수임료 $300,000

Crossroads Strategies, LLC가 제출한 LD-2 신고서 — 고객 Coupang, Inc., 수임료 $120,000 Crossroads Strategies, LLC — 수임료 $120,000

Continental Strategy, LLC가 제출한 LD-2 신고서 — 고객 Coupang Inc., 수임료 $135,000 Continental Strategy, LLC — 수임료 $135,000

Ballard Partners가 제출한 LD-2 신고서 — 고객 Coupang, Inc., 수임료 $250,000 Ballard Partners — 수임료 $250,000

그렇다면 정답은? 128만 달러다

얼핏 합산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본사가 쓴 돈 따로, 로비회사에 준 돈 따로이니 더해야 전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로비공개법의 신고 지침을 들여다보면 결론이 달라진다. 자체 로비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이 지출액을 신고할 때는 외부 로비회사 등 제3자에게 지급한 비용까지 포함해서 적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쿠팡 본사 신고액 128만 달러 안에 외부 업체 수임료 96만 5,000달러가 이미 들어 있고, 로비회사 6곳의 개별 신고는 같은 돈을 받는 쪽에서 다시 한 번 신고한 것이다. 이를 더하면 같은 지출을 두 번 세는 중복 집계가 된다. 쿠팡이 "합산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한 것은, 적어도 이 지점에서는 제도의 설계에 부합하는 지적이다.

물론 숫자의 크기를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흐름은 분명하다. 지난해 매 분기 50만 달러대에 머물던 쿠팡의 신고액은 올해 1분기 109만 달러, 2분기 128만 달러로 두 분기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로비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사와 접점이 있는 회사들에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얼마를 썼는가"를 말할 때는 128만 달러가 정확한 숫자이고, 224만 5,000달러는 제도를 오독한 숫자다.

이 논쟁이 가능한 이유 — 원문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언론이 틀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틀렸는지 맞았는지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숫자의 출처는 기자만 접근할 수 있는 특종 자료가 아니다. 공식 데이터베이스 lda.senate.gov에 접속해 검색창의 Client 항목에 "Coupang"을 입력하면, 본사 신고서와 로비회사 6곳의 신고서가 전부 목록에 뜨고 클릭 한 번에 PDF 원문이 열린다(이 사이트의 로비 공시 검색 페이지에서도 바로 조회할 수 있다). 로비 대상 기관(백악관, 부통령실, USTR, 상·하원), 다룬 법안('한미일 3각 협력법', '한국 동반자법'), 로비스트의 이름과 과거 정부 경력, 금액까지 낱낱이 적혀 있다. 회원 가입도, 비용도 필요 없다.

이것이 미국 제도의 힘이다. 기업이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무엇을, 누구를 통해, 얼마를 들여 움직이려 했는지가 분기마다 자동으로 기록되고, 시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번 보도에서 언론이 로비회사 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30년 친분까지 짚어낼 수 있었던 것도 취재력 이전에 공개 제도의 산물이다. 그리고 언론이 숫자를 잘못 합산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근거 역시 같은 공개 자료에 있다. 로비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냈기에, 활동도 드러나고 오보도 교정된다.

정작 우리는, 쿠팡의 한국 로비를 모른다

이제 질문을 뒤집어보자. 쿠팡이 한국의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쓴 돈은 얼마일까. 답은 "알 수 없다"이다. 한국에는 로비를 등록하고 공개하게 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기업 대관 조직의 활동도, 협회나 법무법인을 경유한 간접 접촉도, 거기에 들어간 비용도 공시 의무가 없다. 쿠팡이 미국에서 분기당 수십억 원 규모를 신고하며 활동한다면, 매출의 90% 이상이 발생하는 한국에서의 대정부 활동이 그보다 작으리라 보긴 어렵다. 실제 지출은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미국의 128만 달러는 '드러난 숫자'라서 224만 5,000달러라는 오독과의 논쟁이라도 가능하다. 한국의 숫자는 논쟁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로비가 없어서가 아니다. 기록하게 하는 법이 없어서다. 제도가 없다고 로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갈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의 게이트 사건으로 이미 배웠다.

쿠팡 로비 보도를 보며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저렇게 많이 쓰나"가 아니다. "왜 우리는 저런 장부를 가질 수 없나"이다. 로비를 양지로 끌어내 등록시키고, 분기마다 공개하게 하고, 누구나 열람하게 하는 것 — 미국식 로비공개 제도의 도입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투명성은 로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로비를 감시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